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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미에 빠지다/이생규장전 등 우리 고전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강줄기를 이루는 작은 물방울들이라는 데 있다. 우리는 누구나 문화 전통을 이루는 데 기여하고 누리며 전승하는 주체로서, 조상에게서 이미 우리만의 정서가 흐르는 피를 물려받았다. 열녀 춘향, 효녀 심청, 개혁 청년 홍길동, 이상적인 남성 양소유, 이들은 우리의 정신과 정서가 만들어 낸 인물들이다. 우리는 누구나 한민족으로서의 문화전통에 기여하고 누리며 전승하는 주체라는 것이 인상깊었다. 외세에 의한 문화적 핍박과 비극의 근대사에 비롯한 것인지, 세계화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은 전통 문화에 대한 애호와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면 좋겠다. .. 2021. 1. 9.
돈으로 다 살 수 있는 사회, 이대로 괜찮을까? 마이클 샌델의 은 시장경제가 도덕을 밀어내고 있는 시장만능주의 시대의 자화상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친구들과 책에 등장한 경제적 사안들이 허용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토론해보았다. 우선 탑승권 부분을 읽으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것인데 왜 옳지 못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선착순 줄 서기가 가지는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사회시간에 공동체주의관에 대해 배우며 마이클 샌델을 알게 되었다. 공동체주의관은 정의로운 사회와 좋은 삶을 위한 연대의식을 강조한다. 저자는 그러나 시장만능주의로 나타난 ‘스카이박스화’는 이러한 연대의식을 파괴한다. 야구장에서 스카이박스의 등장은 세대와 계층 간의 차이를 뛰어넘어 같은 팀을 함께 응원하던 공.. 2020. 12. 31.
<봄봄>에서 김유정의 삶을 보다/문체, 여성상, 남성상 ‘봄봄’ 을 읽으면서 김유정 특유의 해학적인 문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설 속 ‘나’는 바보같이 순박한 인물이다. 한심하고 딱하다. 하지만 밉고 꼴 보기 싫은 인물은 아니다. 그저 어리석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의 장인은 악인이다. ‘나’를 걸핏하면 때리고, 총각들을 품삯도 주지 않고 부려먹는다. 그런데 그를 비판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저 그 욕심 많음이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그게 바로 이 소설의 해학적인 묘미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김유정에 관련된 강연원고와 수필, 연구논문을 모아둔 책을 찾아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의 많은 특징이 김유정의 어린시절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의 ‘나’ 같은 김유정 소설 속 우둔하고 바보같은 인물들은 바스터 키이튼이나 찰리 채플린 등이 등장했던 무.. 2020. 12. 31.
상처와 고통의 미학을 시에서 찾다 : 길상호 우리의 죄는 야옹 이 시집은 그렇게 내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다. 우선 제목이 인 것부터 그렇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이지만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하므로 책 제목부터 그렇게 친근감이 들지는 않는 것이다. 이 책에는 고양이를 소재로 하거나, 고양이가 등장하는 시들이 많다. 그런데 이 고양이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앙증맞은 애교의 소유자들이 아니라, 밤거리를 걷다가 눈이 마주치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길고양이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 책의 시들에는 무서운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시의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우중충하고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불을 덮고 침대에서 잔잔한 팝송을 들으며 읽기에는 왠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는 자연을 묘사한 전원적인 시들을 좋아한다. 이 책의 시에서도 새, 고.. 2020.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