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는 원시 예술에서 시작하여 중세를 대표하는 로마네스크 양식과 12세기 후반부터 시작되는 고딕 양식, 르네상스, 17세기 바로크 미술, 18세기 로코코 양식, 낭만주의와 신고전주의, 현대미술 순으로 발전한다. 모더니즘 미술 곧 현대 미술은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로 시작하여 입체주의, 미래주의, 구성주의, 독일 표현주의, 신표현주의, 미래파·다다이즘·초현실주의와 같은 전위 예술 등 다양한 미술 사조들이 등장한다. 후기 모더니즘 미술에는 추상 표현주의, 미니멀리즘, 팝 아트, 개념 미술 등이 등장한다.
책을 되짚어가며 미술 사조들을 나열해보니 정말 많은 것 같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미술사를 너무 어렵게 생각했구나,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구나하며 읽었는데, 책의 후반부에 현대 미술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수많은 미술 사조에 당황스러웠다.
이런 복잡한 미술사를 책 표지는 제대로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20세기 프랑스 작가인 뒤샹의 작품 남자 소변기 <샘>을 보며 모나리자가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라고 묻는 모습이다. 모방에서 무예술의 경지까지. 게다가 모나리자의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질문은 단지 옛날 사람이 현대 문물에 놀라는 모습으로 치부하기에는 <샘>의 본질을 너무 잘 파악했다. 남자 소변기는 무엇일까? 소변기라는 도구로서가 아닌 그것 자체로써의 물건, 그 존재는 무엇일까? 인간으로서가 아닌 사물로써의 인간 존재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뒤샹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다른 20세기 작가들의 이름을 잊더라도 결코 뒤샹의 이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나는 뒤샹의 예술 허무주의적인 사상이나, 예술에서의 전통적인 미학적 가치는 아무것도 아니며 공허한 것이라는 선언은 너무 극단적이고 반항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예술의 가치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데 있다고 믿는다. 새들이 노래하고 나뭇잎과 호수가 햇살에 반짝이는 풍경화를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아름다운 소녀가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을 보면 즐거워지기 마련이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등 인간 사회의 어둡고 암울한 측면을 보여주는 작품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작품을 통해 인간이 더욱 성숙해지고 인류 사회는 발전하여 행복이라는 가치에 다가서게 된다. 자신의 혼란스러운 내면 상태를 표현한 그림은 작가가 그 그림을 그림으로써 어두운 감정을 해소하고 스스로를 환기할 수 있으므로 작가의 행복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뒤샹의 작품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인간 스스로의 즉물성에 대한 발견이 한 인격체로써의 인격적 성장에 기여하는가? 예술이 지독하게 허무하고 공허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해서 내 삶의 태도가 평화롭고 풍요로워지는가? 그래서 나는 뒤샹의 사조는 반인간적이고, 어떻게 말하면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이라는 가치만을 예술의 절대적 가치로 두는 것은 별로 성숙한 생각이 아닐 수 있지만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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