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시장경제가 도덕을 밀어내고 있는 시장만능주의 시대의 자화상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친구들과 책에 등장한 경제적 사안들이 허용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토론해보았다. 우선 탑승권 부분을 읽으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것인데 왜 옳지 못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선착순 줄 서기가 가지는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사회시간에 공동체주의관에 대해 배우며 마이클 샌델을 알게 되었다. 공동체주의관은 정의로운 사회와 좋은 삶을 위한 연대의식을 강조한다. 저자는 그러나 시장만능주의로 나타난 ‘스카이박스화’는 이러한 연대의식을 파괴한다. 야구장에서 스카이박스의 등장은 세대와 계층 간의 차이를 뛰어넘어 같은 팀을 함께 응원하던 공감대와 연대의 가치를 변질시켰다.
저자는 배경·사회적 위치·태도·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적 생활을 통해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공동체적 생활은 시장경제에 의해 분리된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주의자인 샌델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 경제에 관해서, 그리고 문제에 관한 공공 담론의 영역인 정치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례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시장경제가 도덕을 잠식하고 있다는 저자의 견해에 깊이 동감했기에, 반대로 여기에 반대하는 사상가들에 관해서도 알아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책에 관한 강연을 읽어보았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인상깊은 특징 중 하나가 공정한 사회에 대한 늘어가는 토론이라고 말한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한국 사람의 91%가 돈이 지나치게 중요시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정치권에서 이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는 점 또한 지적한다.
저자가 말하듯 한국 사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사회라는 점은 꽤 고무적이다. 나는 여기에 정치권에서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등장한 우선 탑승권이나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좋은 상금, 현금 선물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시장경제가 도덕을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지켜야 할 도덕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숙고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없는가?
결국 저자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가치는 그것이 시장에서 거래될 때 훼손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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