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목민심서는 왜 고전이 되었나

by 이수진 2020. 12. 31.

역사 시간에 조선시대 수령의 역할에 대해서 배웠다. 수령이라 하면 굽신거리며 수령의 비위를 맞추는 이방을 세워 놓고 놀고 먹는 사람이라던지, 춘향전의 수령처럼 백성들을 괴롭게 하고 재물을 탐하는 욕심쟁이를 떠올렸는데 생각보다 수령은 중한 직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수령이 어떤 일을 했고, 해야 했는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목민심서는 부임·율기·봉공·애민·이전·호전·예전·병전·공전·진황·해관 6조로 구성되어 있고, 이 책은 12부 모두를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이 다산 정약용이 다룬 목민심서의 모든 내용은 사실 목민관이라면 마땅히해야 할 일들을 다룬 것뿐이라는 것이었다. 목민관이라면 당연히 나랏일에 열심이어야 하고 백성을 사랑해야 하고 올 때나 갈 때나 그 모습이 아름다워야 하고 사회 간접 자본을 갖추는 데도 힘써야 하며 학교를 흥하게 하는데도 노력해야 하고 등등……. 한 고을을 다스리는 목민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다.

 

그럼에도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현대까지 중요한 고전으로 내려오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이런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약용이 살던 조선 후기나, 21세기 대한민국이나 정약용이 당부하는 목민관의 모습은 꽤 이상적으로 다가온다.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의 마땅한 도리임에도 지켜지지 않으니 그럴 것이다. 둘째는 백성을 위한 다스림을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기록해놓은 정약용의 인자하고 세심한 마음, 요리더쉽이 너무나 잘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목민심서4816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 우리가 생각하는 한 권과 조선시대 한 권이 다르다 해도 막대한 분량이 아닐 수 없다. 그 내용이 모두 백성을 위한 어진 다스림을 다룬 것이라니 정약용의 그 마음이 책을 통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유산필담>에서 말했다. “옛날의 역사를 훑어보니 귀융이 검각을 개통한 것과 진요좌가 태항산을 개통한 것은 모두 천혜의 험지를 뚫고 깨뜨려 평평한 평지를 이룬 것이다.” (…)물화가 정체하고 물건의 교역이 없었던 것은 모두 도로를 닦지 않은 탓이다.

 

당시에 SOC 같은 개념은 없었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자세하게 서술해놓은 정약용의 슬기로움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정약용은 농업 진흥을 주장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물자와 사람의 이동과 같은 부분도 결코 무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에 동양 사상에 관한 서적을 읽지 않았는데, 결코 그 지혜가 서양에 비해 빈약한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정약용이 강조한 조선시대 목민관으로써 갖추어야 할 실무 사항은 현대 시대에 맞지 않는 내용이 많지만, 그가 강조하는 목민관으로써의 마음가짐은 현대 사람들이 보고 배워야 할 점인 것 같다. 특히 어느 집단을 이끄는 리더라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보살필지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조선시대의 좋은 수령이 되고 싶은 관리들이나 현대의 정치인들이 읽었거나 읽을 것 같은 책이었다.

댓글